[문예마당] 삼국 봄맞이
어릴 때부터 봄이 오면 봄앓이를 한다 겨우내 입어던 옷 벗으려니 얼었던 골짜기 풀리고 논두렁 모퉁이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연두색 댕기머리 휘날릴 무렵 뒷동산 언덕 양지바른 산소 밑에 누워 따듯한 햇살 두 눈 지그시 감추고... 한 눈 감고 가만히 다른 한 눈으로 강건너 바라 보노라면 아득히 보이는 산밑 들판 위로 소년의 미래가 아지랑이 되어 지나간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봄이 오면 유치한 봄앓이 반복하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 장래의 꿈을 어릴 때 보았던 아지랑이 속에서 키워 나갔다 2025년 봄은 먼 여행길 떠난다 3월 초순인데 과수원 꽃들은 만발하고 따듯한 햇볕은 북가주 들판을 메운다 어느새 꽃잎은 떨어지고 과일나무에 새 열매 맺힐 무렵 13시간 비행길 태평양 건너 일본에 오니 이곳은 늦겨울 새봄이 후지산 위에 걸려 있고... 일본에도 봄비가 내린다 나뭇 잎새마다 물맞은 연록색 얼굴 금년 두 번째 봄을 일본에서 바라본다 거기서 두 시간 더 비행 후 고국에 오니 늦겨울 산야가 봄 하늘을 붙잡는다 참 아름다운 우리나라 진달래 개나리 구경할 수 있을까 기다리는 마음 뒤로 춘삼월 함박눈이 전국에 내린다 한달 사이 3번째 맞이하는 봄 고국에서 봄맞이 꽃은 눈속에서 떨고 있나 보다 남영한 / 은퇴전문의문예마당 봄맞이 삼국 삼국 봄맞이 비행길 태평양 늦겨울 새봄